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영업이익 (-)2,000억, 영업외손익 (+)2조
7천억 등으로 당기순이익 약 2조를 시현하였다. 2014년의 당기순이익이 (-)1,000억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래 기사를 보면 그 과정과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K-IFRS에서는 자회사의 지배력을 상실하는 경우 회계처리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모회사는 연결재무제표에서 종속기업에 대한 자산/부채를
제거한다.
(2)
모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를 공정가치로 인식하고 그 차이는 손익으로 인식한다.
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적용해보자. 2015년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범위에서 제외(지배력 상실)하면서 지분법적용투자
주식으로 재분류하였다. 이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순자산은 약 3000억원, 공정가치는 4조8천억원이었다.
단순히 말해 기존에 3000억으로 인식하고 있던 회사를 연결범위에서
제외하면서 공정가치 4조 8천억으로 인식하고, 그 차이를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8.8%를 가지고 있는 바이오젠이 추가로 지분을 최대 49.9%까지 가져갈 수 있는 콜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의 실행가능성에 대해 파생상품부채와 평가손실 1.8조원을 인식하였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상실로 인한 이익 4.5조원을 인식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라면 회계처리상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이 그렇다면 바이오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상식대로라면 누군가가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지배력을 획득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바이오젠의 2015년 사업보고서(10-K)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Samsung
Biologics has the power to direct the activities of Samsung Bioepis which will
most significantly and directly impact its economic performance. We
account for this investment under the equity method of accounting as we
maintain the ability to exercise significant influence over Samsung Bioepis
through a presence on the entity’s Board of Directors and our contractual
relationship.
바이오젠은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During 2015, our share of losses exceed the
carrying value of our investment. We suspended recognizing additional losses
and will continue to do so unless we commit to providing additional funding. (중략) During the years ended December 31,
2015, 2014 and 2013,
we recognized a loss on our investment of $12.5
million, $15.1 million and $17.2
million, respectively.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손실이 바이오젠의 지분투자액을 초과하여 더 이상 손실을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2013, 2014,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와 관련하여 인식한 손실은 각각 140억, 160억, 190억원이다. (참고로
지분법 회계처리에서는 매년 투자회사의 손익을 지분투자액에 가감하며, 손실 누적액이 투자지분을 초과하면
추가손실은 인식하지 않는다.)
추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식한 콜옵션 관련 부채 1.8조원에 대해
바이오젠은 사업보고서에 언급하고 있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보아 관련 자산을 조금 인식했거나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
1.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투자지분(이익) 4.5조원을 인식하면서 옵션실행가능성에 대한 부채(손실)를 1.8조원 인식하였다.
2.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보유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따라 초기 투자금액에서
누적손실을 뺀 금액인 “0”(추정)으로 바이오에피스 투자를
인식하였으며 옵션실행가능성에 대한 자산(이익)을 인식하지
않았다.
이즈음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지적할 만한 사항은 다음 두 가지 정도 일 것 같다.
1.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누가 갖는가?”에 대한 동일한 이슈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으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조의 이익을, 바이오젠은 지분법 손실 190억을
인식한 것이 과연 타당할까? (미국과 한국에서 적용되는 회계처리 기준이나 관행이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말이다.)
2.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지분변동이 없는 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결인지 지분법인지 여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인데, 단순히 회사의 판단 혹은 기준적용으로 인해 엄청난 순이익(혹은 손실)을 인식 하도록 한 회계처리가 과연 타당할까? (아무리 이를 주석으로 공시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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